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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러브레터 < 아모르 파티 >

"Amor Fati"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해라"

 

견디자 다 지나간다.
 
삶과 죽음을 생각한 지난 여러 달 이었습니다. 뜨거운 여름의 끝자락에 장인과 이별하였습니다. 의사의 예견보다 석 달이나 빨리 가시는 바람에 미처 마음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매우 황망하고 공허한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무엇을 죽음이라 하는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여야 하는가?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죽음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리하여 죽음에 임박해서는 두려운 마음으로 허겁지겁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나도 그랬습니다. 팔 개월 전 암 수술을 하고 노인 요양병원에 입원, 그리고 상황이 위급해져서 다시 종합병원에 입원하고 나중에는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병원으로 모셨습니다. 그럼에도 죽음은 먼 훗날의 일들같이 느끼고는 하였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흑사병으로 인해 7,500만명이나 되는 유럽인구의 1/4이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그 때는 전염병 등에 의한 죽음이 흔했기 때문에 ‘너도 언젠가는 죽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mori)사상이 유행하였다고 합니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라고 하였고 또한 ‘죽음은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이다’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1970년대부터 바람직한 죽음 문화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온 알폰스 데켄 신부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라는 논문에서 환자에게 말기암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첫째는 환자는 기본적인 인권으로 자기 병의 상태를 정확히 알 권리가 있고 둘째는 얼마 안 남은 시간을 충실하고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솔직히 의사소통을 하지 않아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전혀 모르는 것보다 환자와 가족 서로가 죽음을 받아 들이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올바르게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말기암으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기가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63년경부터 죽음학이 대학의 교과목으로 채택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6월 한국죽음학회가 창립되었음을 들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죽음교육을 실시하며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자신의 죽음이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서로 토의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읽었습니다. 의과대학에서도 생물학적인 죽음을 넘어선 죽음과 임종 문제를 다루며 죽음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이고 이로써 마지막 삶의 완결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고 가르친다고 합니다.
 
철학자들은 좋은 죽음이란 스스로 마무리하고 살아있을 때의 인간관계를 바로 잡고 죽는 일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그들의 용서를 구하며 자신의 과오에 대하여 회개하는 것입니다. 죽음의 과정을 이해하고 생명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더 깊은 의식을 한다면 삶에서 부딪히게 되는 고난과 역경을 영적인 성장의 기회로 삼으며 주어진 삶을 더욱 더 충만하게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어떤 결심’ 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 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우리에게 지워진 운명적 삶의 굴레는 어느 순간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견뎌내는 것이다. 한순간씩 하루씩 살아가고 버티다 보면 운명의 굴레가 생명의 수레바퀴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자기 운명에 대한 사랑만이 역경을 삶의 활기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에너지이다. 그토록 힘겨울지라도 내 삶은 소중하며, 나는 그 인생을 살아낼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김난도 지음에서 )
 
이 지면을 빌어 다시한번 빈소에 조문 와 주고 발인 날 까지 헌신적으로 도움을 준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가족들과 슬픔을 나누며 고인을 편안히 하늘나라에 모실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는 민족의 명절 추석입니다. 가족들과 사랑을 나누며 함께 살아 있음을 기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며 인생의 깊이를 느끼는 귀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상래 
2012. 0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