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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컬럼

웰컴 투 ‘천년기업’

지난 9월1일자 모 신문의 표제 중 하나인데 최근 유행하는 영화의 이름에서 따온 ‘웰컴 투 천년기업’이란 기사를 유심히 보았다. 경제적 이윤 추구와 함께 환경과 윤리 표준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기업의 가치를 올리려는 새로운 경영 철학으로 지속 가능 경영(Corporate Sustainability Management)이 최근 경영학계의 최대 주제라고 한다. 지난 1999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 스텐포드 대학에서 ‘IT 산업에서 전략과 기업가 정신’이란 과정을 이수한 적이 있는데 가장 감명을 받은 과정 중의 하나는 성공한 비전 기업의 핵심가치와 믿음이란 주제이었다. 

기업의 비전 이란 간단히 생산성 증가와 경제적 이윤 확보, 주주 이익의 극대화란 통념에 익숙해 있던 나로서는 다분히 충격적 이었다. 조직의 필수적이고 영속적인 신념 같은 것, 특수한 문화나 운영 지침과 혼동 되어서도 안되며, 경제적인 이익이나 근시안적인 기대치와도 타협해서도 안 되는 핵심 가치라는 것, 단순한 이윤추구를 떠나 기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근본적인 존재 이유 등을 포함하는 기업의 목적, 이러한 핵심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을 자극하며,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비전 기업(Visionary Company)이다라는 개념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카리스마적이거나 비전 있는 리더, 위대한 제품과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가 멸종 한다 해도 이러한 핵심 가치와 믿음을 바탕으로 여러 번의 제품 라이프 스타일과 여러 세대의 강력한 리더들을 거쳐 생존해 왔다는 철학을 신봉하게 되었다.

‘내 인생을 되돌아 보았을 때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내가 한몫을 한 회사의 가치관, 활동, 성공이 전세계의 기업 경영 방법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모범으로 존재할 영속적인 조직을 남기고 떠난다는 사실이 특히 자랑스럽다’는 말은 휴렛 페커드의 공동 창업자인 윌리암 휴렛의 말이다. 개인의 창의성과 혁신을 핵심이념으로 한 3M, 창의력 꿈 상상력을 통한 지속적 발전 그리고 세상에 상상 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는 한 디즈니랜드는 완공 되었다고 볼 수 없다 라고 한 월트 디즈니. 1982년 타이레놀 독극물의 위협에서 눈앞의 이익을 쫒지 않고 1300억원 어치를 투자하며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세계 최고의 제약회사가 된 존슨엔 존슨의 ‘우리의 신조’라는 글을 보며 한국 기업들에게도 주주의 이익 극대화 만이 아닌 정당한 이익, 이윤을 넘어선 핵심가치의 발견과 보존이 기업의 최대 과제라는 신념 이었는데 그 후 수년이 지나긴 했지만 한국의 경영학계와 재계에서 지속 가능 기업의 주제를 강조하는 것에 환영과 감사의 느낌이다.

지난 10년간 내가 CEO로서 경영 책임을 지고 있는 회사에서도 IMF를 헤쳐가면서 비전을 생각하고 그 비전의 중심으로서 우리의 핵심 가치와 믿음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가 있어 왔고 그 결과 ‘삼더’라는 간단한 용어로 축약하여 우리가 진심으로 믿고 소중하고 일관성 있게 추구하는 1차 비전 스테이트먼트를 가지고 있다. 삼더란 ‘더 똑똑하게, 더 빠르게, 더 즐겁게’ 란 축약으로서 세가지를 더욱 잘하자는 열정을 나타낸다. 

‘더 똑똑하게’ 란 지식과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에서 개인의 탁월성, 전문적 기술과 지식의 프로페셔널리즘, 대담한 의사결정 능력, 전략적 사고 그리고 엄격한 자기 개발 등을 함축한 표현이고, ‘더 빠르게’ 란 구체적 목표의 설정과 달성, 실행중심의 성과 창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힘 등을 표현하며, ‘더 즐겁게’ 란 도덕성과 인간미, 정직과 유연한 사고, 팀웤과 리더십, 사랑과 존경, 신뢰 등을 전제로 한 내용이다. 변화와 혁신을 주도 하지 못하는 자는 똑똑하다라고 할 수 없고, 우유부단과 안일한 태도로는 빠른 일 처리가 불가능하며, 도덕과 윤리성의 전제 없이 즐거운 조직문화가 불가능함은 이미 여러 경우에서 경험한 터이다. 

이 ‘삼더’ 정신으로 고객에게는 최대의 가치를 공여하고, 조직원에게는 최고 수준의 일터를 제공하며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으로서의 명예를 가지고자 한다. 그리하여 내가 남겨 놓은 것들과 이루어 낸 방식을 보며 스스로 존경스럽고 정말 멋진 삶을 살았어 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나와 인생을 같이한 동료들도 이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면, 정말 멋있을 것 같다.


2005. 09. 09
김상래

진정한 휴식의 의미

기업 경영을 시작 하면서 실천하고 싶은 몇 가지 바람 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휴가에 대한 철저한 배려이다. 직원들은 개인차에 따라 2주에서 4주까지의 휴가 일수가 있는데, 그 휴가 일수는 각 부서장의 재량에 따라 언제든지 사용 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이고, 만약 휴가 일수를 다 쉬지 못하였을 경우 오히려 부서장이 문책을 받는 제도이다. 

대개 휴가를 가지 않은 사람이란 첫째, 시간 계획을 철저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둘째, 직장과 가정의 균형에 대하여 소홀히 하는 사람이며 셋째, 개인적 성찰과 자기 발전을 위한 기회를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사람, 다시 말하면 우리 회사와 조직의 미래에 맞지 않는 스타일과 제한된 역량의 사람이란 것이다. 이 제도는 우리 회사의 중요한 문화지수가 되었고, 가정에서의 신뢰는 물론 동종 업계의 부러움을 받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제도가 태어나게 된 배경은 나의 지난 직장 경험이었다. 졸업 후 첫 직장으로 미국 은행에 다니게 되었는데 첫해년도의 할당 휴가는 연월차 합해 약 3주였다. 그 중 2주는 한꺼번에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80년대 중반쯤의 정서는 1년 내내 휴가 한번 가지 않고 일하였다는 것이 미덕이며 존경 받는 가치였다. 

실제 국내 회사에 다니는 다른 친구들의 경우 연중 이삼일 쉬는 것 조차 눈치가 보여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말은 듣곤 하였는데 나의 직장은 그와는 딴판이었다. 

그렇다고 업무 강도가 작은 것은 절대 아니었는데도 불가능하게 보였던 2주 휴가를 감히 다녀오고 난 다음의 느낌은 바로 회사에 대한 존경, 나를 보내준 상사에 대한 충성, 그리고 직무에 대한 무한 열정이었던 기억이다. 휴가를 가기 위하여는 최소 몇 달 전부터 계획하여야 하고, 가족들의 시간과 계획을 살피는 것은 물론 용기가 필요한 요소 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스티븐 코비 박사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이라는 책에 의하면 마지막 제 7 습관은 ‘끊임없이 쇄신하라(Sharpen the Saw)이다. 산에서 하루종일 나무하고 있는 피곤하게 보이는 사람에게 ‘잠시 시간을 내어 톱날을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라고 물어 볼 때 그 사람의 대답은 ‘내겐 톱날 갈 시간이 없어요. 왜냐하면 나는 톱질하는데 너무 바쁘기 때문이지요’ 라고 답한다. 즉 너무 Busy하여 중요한 Business를 못하고 있는 경우이다. 자기 쇄신. 즉 재충전을 위해 톱날 가는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신체적, 영적, 정신적/지적, 사회적/감정적 차원을 쇄신 하는 것이다.

마쓰시다 고노쓰께가 마쓰시다 전기를 설립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너희 회사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 하고 물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 회사는 사람을 만듭니다 라고 대답하라고..’ 

기업 경영자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터인데 그 중에서도 으뜸은 사람의 능력과 소양을 극대화하고 잠재능력의 120%를 끌어내 기업 성장을 통한 사회 발전에 참여하게 하고 직장에서 일하는 행복을 느낀다면 개인과 기업이 함께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단지 매출을 통한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마쓰시다처럼 물건을 만들기 전에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사람 만들기에 정성을 쏟고 휴식을 보장하여 일과 가정의 균형을 통해 행복 지수를 높이는 것이다.

친구들끼리 다음과 같은 우스개 얘기가 있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적, 친구들끼리 만나 “아이 잘 자라고 있나?” 라고 물으면 양손을 벌려 벌써 이만큼 컸다고 자랑한다는 것이다. 왜 양 팔을 뻗어 표현 하느냐 하면 밤 늦게 돌아와 자는 모습만 보고 한번도 서있는 것을 본적이 없으니 양손을 옆으로 펴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이다. 

아침에 출근 할 때 아이의 인사가 ‘또 오세요’ 라든지 ‘안녕히 가세요’는 내 또래의 대다수가 경험 하였던 일이다. 일에 파 묻혀 보낸 세월이 야속 하기도 하고 그 동안 가족들과 깊은 감정 교류를 하지 못한 아쉬움. 

자식들 세계에 스스럼 없이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하는 엉거 주춤한 세대. 여유를 찾으려 하니 벌써 성장하여 자신의 세계에 푹 빠져 버리고 자기 자리를 어리숙하게나마도 찾지 못하는 애비. 

사업과 경영을 한답시고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회환을 버리지 못한 채, 지난 주에 나흘의 예정으로 가족들과 부산 등지로 여행을 다녀 왔다.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인데 이제는 나보다 더 키가 큰 아이들과 아내를 동행하며 느끼는 여유와 행복을 우리 직장 동료들도 같이 느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2005. 08. 16
김상래

결코 평범한 일은 없다.

사소한것 조차 놓칠땐 자신의 미래는 불투명 

Don’t sweat the small stuff in Love (사랑은 사소한 것에도 상처를 입는다). -리차드 칼슨

우리는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건다’라는 책을 써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리처드 칼슨 박사가 쓴 ‘사랑은 사소한 것에도 상처를 입는다’라고 재미있게 번역된 책이 있다. 

이 책에 의하면 두 남녀의 관계에서 큰일이 있을 때, 예를 들면 아이가 아프다든지, 사업에 실패했다든지 하는 문제에는 쉽게 하나가 되어 합심하지만 TV 채널을 선택하는 일, 양말을 아무 데나 벗어 던지는 일, 치약을 몸통부터 눌러 쓴 일 등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에 자존심이 상하고 인격이 무시되어 회복하기 어려운 관계까지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지적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작은 일들이며 사소하게까지 보이는 것들이 많다.

고객의 전화에 응대가 늦는 것, 지시 사항을 수시로 잊어버리는 것, 표정을 무뚝뚝하게 짓는 것, 불만 고객의 항의에 같이 맞대응하는 것, 늦게까지 일하는 동료에게 따뜻한 격려조차 없는 허전한 헤어짐, 모르는 방문객들이라고 하여 무심코 지나치는 것, 이 모든 것들을 방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너절한 기업문화와 그로 인한 고객과 핵심인재의 이탈이다.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 사소해 보이는 그 반응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닌 것이다.

한 중견은행 심사역에게서 들은 말인데, 신용심사를 위해 기업을 방문하는 경우의 일이다. 그 기업의 직원 충성도를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사무실 복도에 휴지를 몰래 버리고 한 시간여 후 다시 돌아가 본다. 그때 그 휴지가 아직 치워지지 않았다면 그러한 기업의 직원의 애사심과 충성도는 상당히 낮은 것이고, 기업 신용도 평가에도 부정적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그 많은 직원이 지나다니는 복도의 휴지는 교육과 훈련으로 치워지는 것이 아니고 평소의 마음가짐, 회사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러한 것이 응집된 조직 문화의 결과로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매주 한 번은 조찬 모임에 가서 여러 원로들의 말씀을 경청하는 시간을 갖곤 하는데 모 호텔에 가면 물잔과 커피 등이 항상 언제 왔는지 모르게 채워지곤 하는데 반해 동급의 다른 호텔의 직원들에게는 물 한 잔을 받으려 해도 눈이 마주쳐지지 않아 주문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호텔의 종업원은 고객들을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과 같이 연사의 이야기를 듣고 낄낄대기도 하고 혼자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작은 일이기는 하나 운명을 바꿀 정도로 절대 사소한 것이 아니다.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입사 2년차 L양은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 하나에 기품과 정성이 깃들어 있어 고객과 동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어느 날 직원 등산모임을 갔을 때 식사 후의 쓰레기 치우기, 자리 정돈하기 등을 눈에 보이지 않게 조심스레 하는 것을 보고 가정에서 이미 훌륭한 소양을 배웠구나, 꾸준한 자기 성찰로서 바람직한 규율적 태도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씩씩하게 성장할 미래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웠던 적이 있었다. 기업 경영자의 책임과 의무는 올바른 기업 문화를 강화하고 이를 다음 세대에 자부심을 가지고 승계시켜야 하는데 이러한 작은 부분에서 실패한다면 미래는 없는 것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우리 조직의 여직원 모임은 바로 이러한 작고 사소하게 보이지만 조직 문화의 위대한 승계를 위한 세심함이 배어 있어 그간의 성과에 큰 만족감이 있다. 

‘의욕이 가장 많이 꺾이는 순간은 평범한 일을 부탁 받을 때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상사는 평범한 일을 요구한다. 직원들이 보통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영자는 결국 평범한 기업을 이끌 수밖에 없다. 경영자는 의식적으로 위대함을 약속해야 한다. 우리가 단지 평범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저 평범한 회사에 머물고 말 것이다. 우리는 특별한 회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일단 당신이 그런 의식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힘을 내서 일하는 것이 매우 쉽다(조영탁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에서 발췌). 진정한 팀워크는 평범한 사람들로서 비범한 결과를 만들어 내며, 기업의 존재는 혼자서 할 수 없는 크고 원대한 일을 여럿이 감당하는 것이라 했는데 오늘 가만히 앉아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서 작지만 중요한 것,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나의 통찰과 정성으로서만이 보이는 구석을 꾸준히 응시한다.


2005. 07. 26
김상래